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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는 100년. 보통 반세기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절대 적지 않은 시간이다. 100여 년 전 1910년대 한국은 일제강점기로 고된 매일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그로부터 또 100여 년 전 1800년대는 정조의 아들 순조가 다스리던 조선 시대였다. 그리고 또 그로부터 1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1700년대, 숙종의 아들 경종의 짧은 시대가 있었으며, 다시 한 번 100여 년 전으로 올라가면 1600년대 왜군으로부터의 침공 이후 광해군이 즉위하는 시대에 다다른다. 거기서 한 번 더 100여 년 전으로 가보면 1500년대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이 즉위하는 바로 그 시대에 닿게 된다. 그렇다. 500년의 세월은 절대 적지 않고, 우리의 역사로만 살펴봐도 정말 많은 일이 훑고 지나갔던 엄청난 양의 기록이 남은 시간이다.
오늘 이렇게 100년을 기준으로 5번이나 거꾸로 시간을 타고 올라가 본 이유는 한 가지다. 얼마만큼의 오래된 시간인지 조금이라도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그만큼의 시간을 견디고 견뎌낸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진실한 감탄과 존경이 담길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려 약 500년 전, 1500년대에 만들어져 사용됐던 한 거대한 창고가 현대에 이르러 철거되지 않고, 집으로 용도를 바꿔 계속해서 새롭게 역사를 써나가는 현장을 둘러보고자 한다. 영국 잉글랜드 동부 지역의 한 도시인 노리치(Norwich)로 가본다.
영국의 건축 회사 Hudson Architects 에서 설계했다.
오래된 창고를 집으로 변경한다고 했을 때 해당 당국의 건축 규율에 따라 원래 건물의 초가 지붕을 금속 패널로 시공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집 자체가 525㎡ 규모의 커다란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채광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자칫 너무 어둡고 답답한 인상의 공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지붕을 금속으로 덮인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시공해 채광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규율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넓은 폭과 깊이, 높이에 이르기까지 큰 부피감을 가진 거대한 건물이다. 이렇듯 오래되고 큰 건물을 개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대하게 느껴질 지붕의 색은 건물의 외벽보다 옅은 회색이면서도 다양한 명도를 가지고 있어 무거워 보이지 않으며 거대한 인상을 최대한 편안하게 바꿔냈다.
실내로 들어오면 건물이 지내온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기둥과 대들보 등을 없애지 않고 살려내는 방식을 택해 오래된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실내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는 것, 사일로(Silo)이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기억하는 기념물에 그치지 않으며, 내부를 개조해 하나는 다락 침실로 이어지는 실내 계단을 품고 있으며 하나는 욕실로 개조했다. 독창적이면서도 과거를 기억하는 모습에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다.
금속으로 덮은 폴리카보네이트 지붕 아래로 밝은 햇살이 거대한 실내 곳곳을 밝힌다. 사진 속 공간은 이 집의 주방으로 앞서 살펴본 실내와 마찬가지로 공간의 기본은 목재로 이뤄져 있다. 고전적이면서도 특색있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방 너머로는 도서 공간과 건축주의 서재가 배치되어 있다.
앞서 살펴봤던 사일로를 개조해 만든 실내 계단 모습이다. 1층의 기본 생활 공간에서 2층 다락 침실로 연결되는 공간이다. 질감이 느껴지는 나무 계단 주위를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아 올린 곡선의 벽면으로 감싸 안았다. 오래된 성의 비밀 계단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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