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주택

삼대의 삶과 전통을 담은 언덕 위의 바람 집

Juhwan Moon Juhwan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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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한 지붕 아래 삼대가 모여 사는 집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기대수명의 상승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일 것이다. 특히 두 집에 따로 사는 것보다 집값을 절약할 수 있고,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삼대가 모여 사는 집이 가진 장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파트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거 형식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과연 획일적인 구조의 아파트가 서로 다른 세대의 다양한 삶을 담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편안한 집이란 가족 구성원 개인의 사생활을 위한 방을 만들되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파트에선 이러한 환경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기사는 삼대의 삶과 전통을 담은 주택을 소개한다. 집 이름은 '언덕 위의 바람 집'으로, 전체 면적 271.54㎡(82.28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었다. SUP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설계했으니 건축가가 곧 건축주인 셈이다. 주거 기능에 건축가 자신의 사무실과 부모님을 위한 작은 공방까지 겸하는 집이다. '2013 대한민국 신인 건축사 대상' 우수상에 선정된 오늘의 집을 찾아가 보자.

<사진: 김종오>

전통건축의 공간연출기법을 적용한 주택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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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모여 사는 오늘의 집은 주거와 업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집이다. 집을 설계한 건축가 자신의 사무실과 서재, 은퇴를 앞둔 부모님을 위한 의류 제작 공방을 주거공간과 결합했는데, 직주분리(직장과 주거가 분리되는 현상)가 일어나기 전 한옥의 모습과 닮았다. 자녀 양육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한다는 디자인 요구가 대가족이 모여 사는 전통 주거형태로 반영되었다. 그리고 ㄱ자 한옥을 바탕으로 설계한 집은 전통건축의 아름다운 공간연출기법을 곳곳에 적용해, 거주자의 삶과 전통을 담아낸다. 안팎으로 넉넉하고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고, 각각의 방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돋보인다.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재해석한 누마루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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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공간은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오늘날의 실정에 맞춰 재해석한 누마루다. 전통 건축에서 이른바 차경(借景: 경치를 빌려옴)이라 부르는 기법을 누마루에 적용해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금강 풍경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로 마주 보는 누마루와 마당이 내부와 외부공간을 확장한다. 천장과 바닥 모두 나무를 사용해 자연 속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수려한 풍경을 가리지 않도록 최대한 가늘고 얇은 부재를 사용해 난간을 꾸민 모습도 보인다.

전통 건축기법이 돋보이는 1층 공간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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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대청마루를 현대적 디자인 속에 녹여낸 1층 공간이다. 공간의 질은 방의 개수나 면적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이 처한 주변 환경, 자리 잡은 위치, 땅의 흐름과 맥락을 고려한 설계가 실용적인 기능과 풍부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서로 마주 본 창문은 언덕 위에 남쪽을 향해 배치한 건물에서 바람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놓아두는 맞통풍의 지혜가 엿보인다. 실내 환경적인 측면에서 전통건축의 자연환기 방식을 고스란히 적용한 모습이다. 거실은 그리 크지 않지만, 주방과 식당으로 이어지며 넓은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패시브 하우스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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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너지 효율을 높인 패시브 하우스가 인기다. 한국 날씨와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 안에 단열재를 붙이는 내단열 방식에, 바깥에도 단열하는 외단열 방식을 적용해 단열 성능을 확보했다. 더불어 복층 유리 이중 창호를 시공하고, 프레임을 검은색으로 마감해 깔끔한 건물 디자인을 지켜준다. 유지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패시브 설계는 필수적이다. 다른 패시브 하우스는 여기 기사에서 확인하자.

현대적인 상황에 맞춘 대청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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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상황에 맞춘 대청마루 공간에선 커다란 창이 멀리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다. 전통적인 대청마루라면 추운 겨울에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창을 달아 바람을 막고, 필요한 계절이면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의 손때가 묻을수록 정감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층과 삼대를 이어주는 계단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복도 &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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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주택에선 한 층에 수평적으로 공간을 배치한 아파트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두 층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함으로써 가족 구성원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계단은 서로 다른 층과 더불어 세 세대를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다. 그럼 내 집에 맞는 계단은 어떤 모습일까? 계단에 관한 아이디어는 여기 링크를 따라가 모아볼 수 있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2층 공방

언덕위의 바람집: SUP건축사사무소의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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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공방이 나온다. 공방 영역은 거주자의 요구에 따라 거실과 방으로 유연하게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 건축주의 부모가 손주를 돌보고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이 공간도 1층과 마찬가지로 남쪽을 향한다. 공방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늑한 대청과 비교해 넓고 개방적이다. 한 층 차이로도 재미있는 공간적 변화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삶과 건축관을 투영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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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은 건축가가 건축주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었다. 물론 건축가 자신을 위한 집이므로 고객의 요구에서 비롯한 제약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실험적인 건축을 시도했을 법하지만, 끊임없이 던져온 화두인 '자신의 삶과 건축관의 투영'에 집중했다. 충실한 기능에 기본을 둘수록 아름다운 집이 완성된다는 건축가의 건축관과 그 진실함이 배어있는 집이다. 디자인, 시공, 입주 그리고 일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마다 가족의 추억이 쌓여가기에 이 집이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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