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풀 내음의 집, 일본 호리난 주택

Juhwan Moon Juhwan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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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일상을 사는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유로운 농촌 생활을 꿈꿔봤을 것이다. 실제로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전원 풍경에 매료되어 도시를 떠나는 인구가 느는 추세다. 새로움을 찾는 사람들은 시골에서도 세련된 새집을 짓고 싶어 하지만, 기존의 낡은 건물이 가진 기억을 존중하고 오늘의 생활에 맞춰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히라노설계사무실이 디자인한 일본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에 있는 호리난 주택을 소개하겠다. 예전부터 서로 곁에 있던 세쌍둥이 창고를 한 채의 집으로 다시 꾸며, 오래된 것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넓은 논이 펼쳐진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집을 둘러보며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자.

푸른 논을 마주한 집

일본 남부의 오카야마 현은 벼농사에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어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호리난 주택은 기존에 있던 세 개의 창고를 새롭게 디자인한 집이다. 집의 형태는 모두 같은 높이의 박공지붕을 한 전형적인 창고 모습이다. 전체적인 외관에서 통일성이 느껴지는 가운데, 서로 다르게 칠한 외벽이 파랗게 벼가 올라오는 논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창문과 현관의 위치에 조금씩 변화가 있어 단조로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처음 세워진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덕에, 그동안의 시간이 모여 만든 마을풍경 그리고 더 오래전부터 있었던 주변의 전원풍경으로 건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맑은 하늘 아래 집이 단정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교감

호리난 주택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교감하는 공간이다. 세 개의 창고를 하나의 집으로 만들기 위해 각각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하얀 벽면에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던 창고는 이 집의 거실이 되었다. 높게 설치된 창문 덕에 언제나 자연광을 그대로 끌어들일 수 있으며, 펜던트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 탁 트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현관 가리개는 가벼운 매력을 더하면서 최소한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목재 계단을 이용해 다락으로 갈 수 있는 복층 구조이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다른 거실 보고 싶다면 여기를 참고해 보자.

셋에서 하나가 되기 위한 틈새 공간

옆 방으로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광경이다. 틈새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세 개의 건물 사이사이는 외부 복도로 사용된다. 비가 오는 날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붕을 달았고, 개조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부분인 만큼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살렸다. 창고에서부터 집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함께 공존하는 이곳은, 외부이면서 내부인 공간이고 세 개의 방을 하나의 집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시원한 원목 마루

일본의 주택 하면 다다미가 깔린 방을 생각하게 된다. 다다미가 아늑한 실내의 따듯한 질감을 준다면, 만질만질한 나무 바닥은 넓은 바깥의 시원함을 주는 요소다. 전형적인 일본의 주거문화를 살펴보고 싶다면 이곳을 참조할 수 있다. 벽체의 기둥과 일치시켜 배치한 마루가 집의 디자인을 더 담백하게 만든다. 가구를 벽에 붙여 배치한 덕분에 방을 더 넓게 즐길 수 있다. 벽면에 도배나 치장을 특별히 하지 않아 순수한 느낌을 받는다. 다른 방들과는 달리 건물의 중간에 대들보가 걸려있어 복층을 구성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충돌보다 조화를 선택하는 지혜

가구와 문의 색이 건물의 전체적인 색조와 함께 어울려 이질감을 줄여준다. 오래된 것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충돌보다는 조화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지나치게 우아한 가구 대신 고가구를 집에 놓아 따듯한 느낌을 더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손때가 묻어 무척 아름답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복층 구조의 집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집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무는 일본에서 중요한 건축재료이다. 지진에 강한 목조주택은 여전히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과 비교하면 목조주택 시장이 활발하게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둥근 서까래와 달리 각진 서까래를 대들보에 걸어놓은 모습이 돋보인다. 간단하되 기능적으로 지어진 창고였던 만큼 디자인에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는 최대한 처음 창고의 높은 천장을 그대로 보존해 시원한 방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간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집

위에 올라 밖을 바라본 모습이다. 푸른 논에 살며시 누워 쉬는 두 그림자가 다정하다. 바람따라 싱그러운 풀 내음이 가득한 호리난 주택은 벼가 익는 가을이면 노란 바다가 집 앞에 넘실대는 풍경이 아름다울 것이다. 이 집에 살며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매일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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