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축가가 설계한 강남구 역삼동 다가구주택

모든 주택이 그렇듯이 오늘의 집도 건축법과 지방조례를 따른다. 오늘의 집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건축법이 정하는 여러 가지 사선 조항에 따라 건물의 형태를 만든 점이다. 마치 커다란 돌을 깎아낸 듯한 모습으로 모서리 땅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만든 건물의 형태는 길을 오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낸 크고 작은 개구부는 실내공간의 성격에 따라 그 위치와 크기를 결정했다. 외부공간에는 법으로 정하는 주차 대수에 맞춰 주차공간을 마련했다.

건축가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스케치를 통해 이차원으로 아이디어를 그려내는 방법이 있다. 이와 더불어 사진 속 모형은 건물의 형태와 공간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건물을 일정한 비율로 줄여서 제작하고, 주변의 건물을 표현하면서 도시적인 맥락을 읽는다. 물론 햇빛 아래에서 실제로 그림자는 어떻게 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가의 생각을 담아내는 건축 모형은 언제나 유용하다.

주택의 외벽은 고흥석 패널로 마감해 견고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짙은 회색의 외벽 마감재는 조금씩 그 질감과 색을 달리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서리를 잘라낸 듯한 건물의 형태에서 어떤 부분은 모서리 창을 냈다. 이렇게 낸 창은 주변의 풍경을 담아내고,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실내를 더욱 넓어 보이게 만든다. 일반적인 다가구주택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외벽 마감과 개구부 디자인이다.

조금 더 옆으로 발걸음을 옮겨 개구부 디자인을 자세히 확인하자. 오늘의 집은 실내공간의 기능과 성격에 맞춰 개구부의 크기와 위치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가족이 함께 모이는 거실은 밝은 실내환경이 중요하다. 따라서 커다란 창을 내 많은 빛을 끌어들인다. 또한, 창문 위에 차양을 설치하는 대신, 두꺼운 벽 안쪽으로 최대한 깊게 창을 냈다. 덕분에 깊이 있는 공간감과 건물의 입체감을 살린다. 

오늘의 집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 규모로 계획한 다가구주택이다. 사진은 사무실과 전시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 공간이다. 일반적인 다가구주택의 지하와 달리 스킵 플로어 형식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높낮이가 다른 지하에서는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흰색 벽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검은색 철제 프레임으로 계단을 제작하고, 중요한 부분에는 노란색 천장과 조명을 설치해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지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의 집은 스킵 플로어와 단 차이로 공간을 수직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거공간으로 들어와 확인한 실내도 마찬가지로 단 차이로 공간을 꾸몄다. 서로 다른 기능에 맞춰 단 차이를 주고, 마감재를 꼼꼼하게 신경 써 세련된 실내 분위기를 조성한다. 흰색 조리대는 위생적인 환경을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검은색 문과 트랙 조명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거실은 모든 가족 구성원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내는 것이 좋다. 오늘의 집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중성적인 색채로 거실을 꾸몄다. 사진 속 흰색 벽은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커다란 개구부는 빛과 바람을 끌어들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든다. 창으로 바라보는 마을풍경은 주택 안의 일상과 함께 만난다.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생활공간 디자인이다.

실내 벽은 대부분 흰색으로 꾸미고 아트 월로 부분마다 포인트를 줬다. 이렇게 완성한 벽은 실내공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커다란 창에는 스크린을 달아 빛을 조절하고, 다른 이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한다. 모두 거주자가 아늑한 기분으로 실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물론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도 큰 몫 한다. 

주택의 개구부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리듬감을 부여한다.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을 적절히 섞어서 배치한 형태와 푸른 빛이 감도는 스크린이 매력적이다. 또한, 오늘의 집은 계단 디자인에 꼼꼼하게 신경 썼다. 흰색 프레임과 계단 틀을 바탕으로 경쾌함을 더하고, 아래 공간은 수납장으로 활용하며 기능도 함께 챙긴다. 나무 계단 널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마지막으로 시점을 바꿔 주택의 실내공간을 확인하자. 오늘의 집은 일반적인 다가구주택과 달리 수직적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입체적인 내부공간으로 전형적인 다가구주택의 틀을 깨고, 일상 속에서 즐거움과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집이다. 담백한 재료의 맛은 살리고, 간결함 속에서 기능과 아름다움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아이디어도 좋다.

그럼 최근 한국 주택시장에서 주목하는 상가주택 디자인은 어떨까?

여기 기사에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장소를 만드는 유곡동 상가주택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