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직접 짓게 되면 오랫동안 준비하는만큼 설렘도 기대도 크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준비해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마음이 너무 앞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시공이 완료된 후에서야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미리 방지할 방법이 있을까? 지금 당장 집을 짓는게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생활 환경을 바라는지 지금부터 계획해야만 막상 주택을 설계하게 됐을 때 원활하게 끌어나갈 수 있다.
오늘은 오랫동안 책을 사랑하고, 책을 모아온 한 가족이 마음을 담아 지은 집을 찾아가 봤다. 집 어디에서든 책 읽을 수 있을 편안하고 온화한 환경을 조성하고, 곳곳에 수납장을 두었다. 따스함이 인상적인 이 집, 지금 바로 살펴보자.
일본의 건축 회사 Kodikodi architectural design studio 에서 설계했다.
도로에서 바라본 주택 정면이다. 흰색의 오각형 외벽에 삼각 지붕이 포인트가 되고 있다. 입구에는 캐노피를 설치해 날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했으며 자잘한 식물들로 온화한 인상을 그려냈다. 조금 측면으로 돌아가면 정면보다 조금 더 많은 창문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을 향해 개방감 있게 연출했고, 정원과 이어지는 지상층에는 퍼걸러(pergola) 구조물을 외벽에 설치해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무를 닮은 갈색 문이 실내외로 동선을 연결한다. 젖빛 유리를 끼워 넣어 사실상 시야가 열리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개방감이 느껴지는 오묘한 느낌이 재미있다. 주변 식물과의 조화가 따뜻하며, 문 옆 벽면에는 간결한 디자인의 간접 조명을 설치해 두어 저녁 시간 동안에도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주택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주택 현관 모습이다. 바닥을 높여 현관에서부터 실내로 이어지는 동선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그려냈다. 바닥의 목재 외를 제외하고, 벽과 천장 그리고 주택 실내 곳곳을 연결하는 실내문들도 모두 흰색으로 통일해 간결하고 깔끔하다. 다만 벽면에 깊이를 내어 소품을 올려두거나 문의 일부에 창문을 끼워 넣는 등의 방식으로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먼저 1층 공간의 주방과 다이닝 룸을 살펴보자. 흰색으로 벽과 천장을 마감하고, 목재로 포인트를 주고자 한 전문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사진의 왼쪽이 주방이고, 오른쪽 벽면에 바짝 배치한 식탁 주변이 다이닝 룸이다.
물과 기름 등이 튈 수 있는 주방임을 고려해 거실과의 경계에 자그마한 타일 가벽을 설치해 아기자기하다. 11자 동선으로 기능적이면서도 가족 간의 소통을 유도할 수 있는 따뜻한 주방을 그려냈다. 조리대는 바쁜 아침 동안 간단한 식사를 책임질 간이 식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여겨보자.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무척 따뜻하고 온화하다. 더군다나 식탁이 기대고 있는 벽면에 크게 설치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실내 곳곳 목재에 닿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곳곳에 자그마한 화분도 올려두거나 천장에 거는 등 활력을 더 하는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주목해보자.
재미있는 건 1층과 2층 사이 일부 공간은 천장까지 열어내고, 일부는 복층으로 설계해 독특한 공간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듯 다이닝 룸의 뒷부분에 목제 사다리가 복층으로 동선을 연결한다. 평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아늑한 공간을 찾아 편안하게 앉아 책 읽기를 즐기는 가족의 생활 방식에 맞춰 설계한 부분이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동선일지 모르지만, 이 가족에게만큼은 설렘을 더하는 고마운 요소다.
뒷면을 열어내 개방적이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밝은색 목제의 수납장이 눈에 닿는다. 이곳은 다이닝 룸에서 바라본 이 집의 거실이다. 파란색 소파로 앉을 자리를 만들고, 햇볕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온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실내 곳곳 앉을 자리를 보면 벽면에 검은색 철제의 조명 기구가 설치된 점도 눈여겨보자. 책 읽기를 즐기는 가족을 위한 세부 디자인이다.
주방, 다이닝 룸 그리고 거실 사이에 벽을 두지 않았지만, 재질을 통일해 어수선하지 않다. 더군다나 햇볕이 가득 들어차 화사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밀조밀하고 곳곳에 앉을 자리를 둔 편안한 분위기가 기분 좋은 실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집 앞 정원과의 경계에 설치한 퍼걸러(pergola)로 동선을 옮길 수 있게 유도한다. 자그마한 목제 탁자와 목제 의자에 앉아 은은하게 떨어지는 햇볕과 바람을 즐길 수 있으니 책 읽기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잠시 앉아 있기에도 기분 좋지 않을까. 편안하고 그들만의 휴식처가 된 일세대용 주택이 이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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