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오래된 주택일수록 낡거나 고장난 부분들에 대한 리노베이션의 필요성이 발견되지만, 동시에 그 낡거나 고장난 부분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멋이기에 쉽게 부수고 새로 지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특히 오래된 목조주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森村厚建築設計事務所가 작업을 이끈 나가노 현의 오래된 민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옛 구조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더해 아늑하고 편리한 고급 주거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부터 함께 그 면모를 살펴보자.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익숙하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과 윤기를 달리하는 원목을 재료로 한 문틀, 신발장, 천장의 지지대의 표면이 집이 보내온 시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안쪽 중문은 패턴이 있는 유리가 사용되어 빈티지한 멋이 느껴진다. 현관문 오른쪽에는 식물 화분을 높낮이가 달리 배치해 집으로 향하는 첫 걸음에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고풍스럽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밝은 현관이다.
미닫이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내부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한적함이 느껴지는 화이트 컬러 벽면에 액자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안쪽에는 패턴이 있는 러그를 깔아 허전함을 없애준다.
목조 지지대의 색깔과 질감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벽면은 화이트로 깔끔하게 마감해 낡고 허름한 느낌은 사라졌다. 화이트 컬러 벽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묘하게 다른 빛깔의 원목으로 구성한 거실은 평화롭고 고즈넉한 멋이 느껴진다.
대체로 원목 가구들을 배치했는데, 창가 쪽에는 편안한 휴식을 위해 푹신한 패브릭 소파를 놓았다. 은은한 그레이 컬러가 원목 인테리어에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산뜻함을 더한다.
정원 방향으로 난 개구부와 천장 높은 곳에 가로로 길게 난 창문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와 거실을 부드러운 분위기로 감싼다. 한낮에 혼자, 혹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다.
거실과 연결된 개방형 다이닝룸은 나무의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는 묵직하고 큰 원목 테이블을 놓았다. 테이블의 지지대가 중앙에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어 더욱 안정감이 돋보인다. 테이블 위로는 곡선적인 디자인의 노출형 조명을 설치해 온화한 분위기를 더한다.
다이닝 테이블 뒤쪽의 벽면에는 원목 선반을 가로질러 섬세한 공예품들을 배치하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그림 액자를 걸어 작고 고풍스러운 갤러리의 모퉁이처럼 연출했다. 주택 내부의 목조 지지대와 가구들이 투박하지만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멋을 보여준다면, 이 벽면은 좀더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도록 구성했다.
2층에는 지붕 아래 조용한 서재가 마련되어있다. 목조 지지대를 큰 틀 삼아 필요한 책상과 선반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서재에는 직물의 섬세한 짜임이 느껴지는 뉴트럴 컬러 카펫을 바닥 전체를 덮게 깔아두어 아늑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낮은 원목 장식장에 놓아둔 도자기들이 공간에 기품을 더한다.
복도 벽면에는 이중창을 내 정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외풍이 들지 않도록 해 생활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커튼 대신 블라인드를 설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실용성을 최대화하면서 전체적인 본래의 멋을 해치지 않는다. 옹이가 그대로 보이는 나무 바닥과 그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평화롭다.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들어와보자. 지금까지 살펴본 거실, 다이닝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침실이다. 침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현대적인 리노베이션의 흔적을 발견했듯이 이 침실은 여전히 원목을 소재로 하고 채광에 신경 썼지만 이외에도 깔끔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두어 구성했다.
두 개의 벽면에 걸쳐 이어진 모서리 창문은 시야를 가로로 확장시켜 방에 풍부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테라코타,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소재의 화기에 식물을 식재하거나 꽂아 침실의 분위기를 더욱 아늑하고 아름답게 연출했다.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벽면에는 다른 공간에서 연출한 것처럼 그림 액자를 걸되 프레임은 화이트나 블랙 컬러의 심플한 프레임을 선택해 모던한 느낌을 줬다.
벽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납장에 책과 물건들을 깔끔하게 수납하고 침대 외의 가구를 놓지 않아 번잡한 시각적 요소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연출했는데,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조명이다. 양쪽 벽면 상단에 마치 꽃가지를 꽂아둔 듯한 디자인의 벽부등을 설치하고, 천장에는 매립형 조명을, 그리고 침대 곁에는 꽃 형태의 스탠드 조명을 놓아 공간에 은은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