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도리 주택, ZeroLimitsArchitects ZeroLimitsArchitects 모던스타일 다이닝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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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같이 여행사를 운영하며 한 달에도 서너 번씩 해외 출장을 다니는 건축주 부부가 노년에 정착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제주도였다. 그리고 바다가 흔하지 않은 곳에서 자란 건축주 부인이 바다를 보며 한적한 삶을 보낼 수 있는 곳을 1년 동안 알아보고 선택한 땅이 지금 이 땅이다.

설계를 의뢰받고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이전 주인이 심어 놓은 당근이 한창 자라나고 있었다. 대지는 자료와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경사가 급하지 않았고, 북쪽으로는 왕복 1차선 도로를 두고 바다가 있고, 남쪽으로는 완만한 구릉지가 이어져 있었다. 누구나 한 번 쯤 꿈꿔 본 해안가 전원생활을 실현해 줄 수 있는 그런 땅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삼각형 대지에 북쪽으로는 바다 조망, 남쪽으로는 채광을 유지하려고 했다. 안방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건물의 축을 꺾어 안방의 프라이버시와 조망을 확보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외부 마당을 세 영역으로 분리하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 착공 시점에 옆 대지에 펜션이 지어져서 건물의 전체 축을 현장에서 조정해야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건축주 부부는 1층을 주 생활공간으로 쓰고, 2층은 가족과 손님을 위한 게스트 룸으로 사용하기 원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창이 있는 거실, 안방에 딸린 큰 욕실, 마당에는 작은 텃밭과 수영장, 2층에는 별도의 거실과 손님을 위한 두 개의 세면대가 있는 욕실을 부탁했다. 요구사항 대부분은 수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으나, 암반으로 이루어진 제주도 특성상 수영장 공사를 위한 토목공사는 의외의 복병이었다. 90평의 2층 주택이라는 작지 않은 규모를 방만하지 않게 만들고 수평적인 주변 지형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2층 매스가 1층 매스에 겹쳐지게 만들어 높이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1층에는 3개의 서로 다른 층고의 공간을 만들어 이어진 공간 안에서 높이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하고, 평면상으로도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내부 중정을 배치함으로써 공간의 방만함을 해소하고자 했다. 제주의 지역적 특성인 돌과 바람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특히 제주 돌(화산 현무암)은 제주의 풍경을 만드는 주요한 요소로, 단순히 많다는 것 이상을 고려해야 할 대상이었다. 초기 답사 때 주변을 둘러보니 현대식 재료로 지은 건물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페인트든, 알루미늄 패널이든, 스테인리스 스틸이든 다 하나같이 심하게 상해 있었다. 제주의 혹독한 자연을 견디기에는 인공 재료들은 너무나 나약했던 것이다.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재료는 단연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까운, 덜 가공된 자연 그대로의 재료였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을 사용하기로 하고, 현지에서 건물 마감재로 쓰이는 제주 돌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제주에는 돌을 활용한 여러 가지 구조물이 많았다. 자세히 보니 저마다 돌의 종류와 쌓기 방식이 달랐다. 잘 다듬어 놓은 담이 있는가 하면, 아주 거칠게 쌓아둔 담도 있었다. 게다가 제주에서도 지역마다 돌의 크기와 두께도 다르다고 했다. 제주에서 돌을 쓰는 데는 그 나름의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돌을 정하려면 돌의 종류, 쌓기 방식, 만들고자 하는 패턴까지 결정해야 했다. 너무 이빨 맞춰 다듬은 돌은 자연스럽지가 않고, 반대로 너무 거친 돌은 건축 재료로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돌과 패턴으로 결정했다. 이 집에 쓰인 돌의 구법은 제주에서도 협재 일대에서 나는 각석으로만 가능한 방식이다. 협재의 각석은 두께가 30cm 정도여서 많이 다듬지 않고 건물 외벽에 붙일 수 있다. 현지에서 돌의 특성을 잘 아는 장인을 섭외하는데도 정성을 많이 들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돌 쌓는 장인이 가지고 온 돌담 사진들에 적혀있는 가격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패턴이 가장 고가여서 내심 안도했다. 땅속에서 캐낸 현무암은 처음에는 검은색을 띠지 않는다. 제주의 비바람을 맞고 견디면서 점점 우리가 아는 검은 빛 돌이 되어간다. 이제 갓 태어난 이 집도 부디 제주의 자연과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 온전히 이 땅의 일부로 적응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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